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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보다 시간을 설계하는 나이: 타임버짓(Time Budget) 짜기

by jjoll2 2025. 4. 27.

우리는 오랜 시간 ‘돈을 어떻게 쓸 것인가’에 집중하며 살아왔습니다. 가계부를 쓰고, 예산을 짜고, 소비를 조절하면서 재정관리를 해왔죠. 그런데 중장년기에 들어서면 새로운 과제가 눈앞에 다가옵니다. 바로 “시간을 어떻게 써야 할까?”라는 질문입니다. 이제는 돈보다 시간이 더 귀중한 자산이 됩니다. 특히 퇴직 이후에는 하루 24시간이 통째로 내 것이 되며, 그 사용 방식이 삶의 질을 좌우하게 됩니다.

이 글에서는 ‘타임버짓(time budget)’, 즉 시간 예산 개념을 도입해 중장년기 이후의 일상과 삶을 설계하는 방법을 소개합니다. 단순한 시간표를 넘어서, 나의 가치관과 목표를 반영한 ‘의미 있는 시간 쓰기’로 안내합니다.

돈보다 시간을 설계하는 나이
돈보다 시간을 설계하는 나이

1. 왜 시간에도 예산이 필요할까?

돈은 잃으면 다시 벌 수 있지만, 시간은 그렇지 않습니다. 특히 인생의 절반 이상을 지나온 지금, ‘의미 없이 흘려보낸 하루’가 쌓이면 그것은 단순한 공백이 아니라 삶의 낭비가 됩니다. 그런데도 우리는 시간 사용에 대한 계획을 세우지 않고, 주어진 일정에 수동적으로 끌려가는 경우가 많습니다.

타임버짓(time budget)은 하루 24시간이라는 고정 자산을 ‘어디에, 얼마나 쓸 것인가’를 미리 정하는 방식입니다. 단순히 아침 일찍 일어나거나 루틴을 짜는 것을 넘어서, 시간을 가치 중심으로 배분하는 전략이죠. 예를 들어, 나에게 중요한 것이 건강, 가족, 배우기, 기여라면, 그 분야에 하루 중 몇 퍼센트를 할당할지를 결정하는 것입니다.

이런 시간 예산은 다음과 같은 효과를 줍니다:

  • 무기력감을 줄이고 삶의 주도권 회복
  • 소중한 활동(건강, 관계, 취미 등)에 우선순위 부여
  • 의미 있는 목표를 향해 하루하루를 구성할 수 있음

나이가 들수록 ‘시간을 쓰는 방식이 곧 나의 삶’이 됩니다. 그래서 타임버짓은 단순한 관리 도구가 아니라 인생 설계의 도구입니다.

2. 나만의 타임버짓, 이렇게 짜보자

타임버짓을 짜는 방법은 어렵지 않지만, 단순한 시간표나 스케줄러와는 다릅니다. 핵심은 ‘가치 기반’으로 시간을 할당한다는 것입니다. 아래는 실전에서 적용할 수 있는 단계별 타임버짓 설계 방법입니다.

1단계: 나의 우선가치 3~5가지 선택하기

예: 건강, 배우기, 가족과의 관계, 휴식, 기여(봉사나 재능 나눔)

2단계: 하루 시간을 영역별로 분할하기

기본 수면 시간(7시간), 식사·생활시간(3시간) 등을 제외하면 약 14시간이 남습니다. 이 시간을 위의 가치들에 따라 다음과 같이 할당할 수 있습니다:

  • 건강(운동, 걷기, 건강 식단 준비): 2시간
  • 배우기(책 읽기, 온라인 강의): 1.5시간
  • 관계(전화, 가족과 식사, 친구 만남): 1.5시간
  • 기여(봉사, 블로그 글쓰기, 커뮤니티 활동): 1시간
  • 자유시간(산책, 넷플릭스, 낮잠, 취미): 3시간

3단계: 현실과 비교하기

일주일간 실제 시간 사용을 기록해 보고, 위 예산과 얼마나 차이가 있는지 비교합니다. 놀랍게도 많은 사람들이 ‘가치 있다고 생각하는 영역’에 거의 시간을 쓰지 않는다는 사실을 발견합니다.

4단계: 조정과 반복

주간 단위로 타임버짓을 다시 짜보고, 감정과 만족도를 기준으로 조정합니다. 예: 배우기에 배정한 1.5시간이 지루하게 느껴진다면, 팟캐스트 듣기나 대화형 공부로 방식 변경

이런 방식으로 짠 타임버짓은 루틴을 넘어, ‘시간을 가치와 연결짓는 도구’가 됩니다.

3. 시간에도 저축이 필요하다: 미래의 나를 위한 시간 확보 전략

돈에는 저축이 있듯, 시간에도 ‘예비 시간’과 ‘투자 시간’이 필요합니다. 특히 중장년기 이후에는 예기치 못한 돌봄, 건강 문제, 가족 이슈 등으로 갑자기 시간이 소진되는 일이 많습니다. 이때를 대비한 시간 설계도 필요합니다.

예비 시간: 주간 시간 중 최소 3~5시간은 ‘비어 있는 시간’으로 남겨둡니다. 갑작스러운 일에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으며, 이 시간을 활용해 ‘감정 회복’이나 ‘생각 정리’도 할 수 있습니다.

투자 시간: 미래를 위한 시간을 확보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예를 들어, 지금 글쓰기 연습을 한다면 훗날 책 출간이나 칼럼 연재로 연결될 수 있고, 온라인 강의를 듣는다면 1~2년 후 새로운 소득으로 연결될 수 있습니다.

시간도 자산입니다. 현재의 소비와 동시에 미래를 위한 저축을 고려한다면, 나이 들어서도 계속 성장하고 쓰임 있는 사람으로 살 수 있습니다.

시간의 흐름이 아닌, 시간의 설계를 선택할 때

누구에게나 하루 24시간은 똑같지만, 그 사용 방식에 따라 인생의 모양은 완전히 달라집니다. 특히 퇴직 이후의 삶은 정해진 틀이 사라진 만큼, 스스로 삶의 구조를 설계해야 합니다. 그 설계의 시작이 바로 타임버짓입니다.

이제는 시간을 보내는 것이 아니라, 시간을 기획하는 삶으로 나아가야 합니다. 내가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를 중심으로 시간 예산을 짜는 것, 그것이 노년을 준비하는 가장 똑똑한 방법입니다.

오늘 당신의 하루는 어디에, 얼마나 쓰였나요? 내일은 어떤 가치에 더 많은 시간을 쓰고 싶나요? 그 질문에서부터 당신의 타임버짓이 시작됩니다.